엄마의 프로필사진은 왜 꽃밭일까?

날씨가 화창한 날이 계속되니 마스크를 쓰고라도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무리 백신을 맞았어도 안심을 못한다. 백신맞고 건강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아침저녁 들으니 무섭기만하다.  집사람은 수시로 다리를 주물러달라는 소리를 한다. 혈전이 다리에 몰린것 같다면서..

지난주말에는 집사람과 사람들이 잘안다니는 남한산성비경코스를 택해 힘들게 올라가니 수어장대가 나왔다. 울창한 숲속에는 여기저기 개복숭아가 떨어져 있고 우거진 숲속이라 하늘이 뾰족히 보이고 졸졸 시냇물마저 흐르니  힘들면  신발벗고 담굴수도 있어 좋았다.

노란꽃이 지천에 피어 있어 스마트폰으로 꽃박사들에게 물어보니 즉시 금계국이라는 답변이 온다.


요새주변에 보면 꽃이름,풀이름을 잘아는 매니아들이 부쩍 늘어났다. 물론 스마트폰에 꽃잎을 갖다대면 금방 꽃이름을 알려주는 신기하고 오묘한 기능이 있기는 하다. 씀바귀.큰앵초.미나리냉이.쥐오줌풀.큰꽃으아리.붉은병꽃나무.도깨비부채.삿갓나물.. 이런 이름들을 척척 맞추고 사진찍어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지금당장 주변산으로 잠시 오르면 온갖 화초들이 대자연을 덮고 있어 일년넘게 코로나로 숨죽이고 사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의 선물이 된다. 주변의 꽃박사들은 그만큼 노력하고 남다른 관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것이다. 살기바쁜 젊은시절과는 달리 꽃을 부쩍 좋아하는것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표시고 어쩌면 루소의 말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를 상기하게 되었음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보는 TV프로그램중에 좋은 프로그램을 열가지 정도 꼽는다면 나는 tvN의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를 우선추천하고 싶다. 유재석하고 조세호가 사회를 보는데 사회구석구석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말미에 그 사람 하는 일과 연관된 퀴즈를 내어 맞추면 100만원을 주는데 정말 사람사는 온기가 가득한 프로다. 이번주 프로보고 안사실인데 온기우체통라는게 서울에 9곳에 설치되어 있어 우정사업본부산하 사단법인 편지쓰기가족의 자원봉사자들이 우체부로 답장을 써주며 누구에게도  말못할 고민을 인생상담내지는 글벗을 해주는 것을 알았다. 편지쓰기가족활동은 세종시에 사는 처형이 오랫동안 대전충남지회장을 해서 친근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주에 나온 온기우체부는 유명한 가수그룹인 SG워너비의 김진호(86년생)의 어머니 노기화씨로 자신이 하는일을 긍지로 삼고 상담사역할을 하고 있다. 이분은 아들이 중2때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어 늘 가슴한쪽이 허전하게 살고 있는 미망인으로 남들의 슬프고 괴로운 삶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들은 이런엄마를 지켜보면서 2년전 <엄마의 프로필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엄마에게 드리는 헌정곡을 만들었다.


집사람 친구중에도 벌써 여럿이 먼저 남편이 세상을 떠나 혼자 남은 분들이 있다. 바로 우리형제중 이미 큰형님도 돌아가시고 두누이도 일찍 매형이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집사람은 3년전 남편을 잃은친구와 하루도 안빠지고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다. 그때마다 집사람은 따뜻한 온기우체부가 되어준다. 옆에서 봐도 보기에 좋다. 누구든 부부는 언젠가는 혼자 몸이 되는건 분명한 이치다. 이건 자연적인 숙명이다. 남은자에게 위로해주고 배려해주는것이 살아남은자의 몫일것이다.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수많은 꽃들이 내마음을 따뜻이 감싸주는 역할을 하기에 우리들은 꽃밭에서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꽃들이 지기전에 좋은계절을 즐기러 가자.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