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잘해서 행복하다...

지난주 삼척에서 사시는 선배님을 작년가을에 이어 똑같은 멤버 세사람이 1박2일 찾아 뵈었다. 찾아간사람도 모두 은퇴한 이제 70이 넘은 할아버지들이라 선배님이랑 같이 늙어간다는게 공통점이다. 청주서 대학교수로 퇴직한 늘 온화한 선배가 그 옛날 연극공연한다고 공부안하고 부모님한테 받은 등록금을 공연에 써버린 얘기를 한다. 공연앞두고 공부는 제대로 안하고 돌아다니다 미등록제적 예정자공고를 친구가 알려줘 학과장선생님을 찾아가 사정했더니 학과장께서는 즉시 학장실로 데려가 사정을 하고 학장님은 학적과에 전화해서 내가 아까 결재한 문교부에 보낼 명단을 내일까지 유보하라고 지시를 한다. 학적과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다짜고짜 대번에 욕을 해대며 너때문에 집에 못가고  타자를 다시 쳐야한다고 면박을 준다. 그날밤 야간열차를 타고 예천고향 아버지께 찾아가 등록금한번 더주세요하고 말한다. 아버지는 지난번 받아간것은 어찌했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내일 아침 면사무소로 나오라고 말하신다. 다음날 용돈을 조금 더 얹혀 아버지는 말없이 주셔서 다시 서울로 급히 올라와 등록을 마치고 제적을 겨우 면한다. 얼마전 90이 다되는 학과장님을  찾아뵙고 식사를 대접한 선배 또한 대단하다.


올해 프로야구는 단연 삼성이 선두다. 몇년을 꼴지를 하더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게 눈에 보인다. 특히 22살의 원태인선수가 투수로서 단연 으뜸으로 다승선두1위인 5승을 벌써했다. 원태인아버지인 원민구(65세)씨는 젊어서 경북중학교 야구감독을 했다. 지금도 아들이 선발투수로 나서는 전날이면 낮이고 밤이고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가 아들의 승리를 두손모아 기도를 하고 내려온다. 그리고 아들한테 문자를 한다. 너 요즘 많이 좋아졌다. 나두 기분이좋다. 네가 잘해서 행복하다...


우리도 이제 나이든 부모가 되어보니 과거 우리를 키우셨던 부모세대는 너무나 못살았다. 본인들은 잘 입지못하고 먹지 못하고 배운거 없어도 최선을 다해 자식을 잘키우려고 갖은 고생을 다하시며 키우셨다.

가만히 따져보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생긴지 52년이되었다. 처음 이제도가 생길 때에는 예비고사라고 하였고 그후 학력고사라고 하더니 지금의 대학입학수능시험이 되었다. 이제도를 만든 분은 박정희대통령시절의 권오병문교부장관이었는데  명문K고등학교 다니던 아들이  순 주먹쟁이로 아들이 첫시험에 떨어져 부인한테 야단을 맞았지만 굳건히 제도를 존속해왔다.


수능시험을 보기전 반드시 신문에 나는 사진이 대구팔공산 갓바위에서 부모님들이 절하는 사진이다. 그 간절함을 담아 자식에게 전달되고 하늘까지 전달되어 자식들이 잘 되었을 것이다. 어려서 우리 어머니도 장독대에 정한수에 물떠넣고 비는것을 여러번 보았다. 이제 부모님은 안계셔서 때가 되면 그립고 잘못해드린게 떠올라 아쉽기만하다.

원태인선수아버지처럼 네가 잘해서 행복하다는 문자를 우리 자식들에게 보낼때 우리역시 또한  제일 행복한 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참빠르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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